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 잊혀진 맛의 부활

고려시대는 약 500년 동안 이어진 한국 중세사의 중요한 시기입니다. 왕조가 교체되며 많은 기록이 사라졌지만, 당시 사람들이 매일 먹고 즐기던 음식은 여전히 우리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근 학계와 요리계에서는 사라진 전통을 다시 살려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옛 음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함께 복원하는 장기적 시도입니다. 본문에서는 고려시대 음식의 기록, 특징, 복원 과정, 그리고 현대적 의미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 잊혀진 맛의 부활

 

 

 

1.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고려시대 사람들이 먹던 음식을 오늘날 다시 구현하는 연구와 실험을 아우르는 활동입니다. 여기에는 학자, 요리사, 문화 연구자, 심지어 지역 공동체까지 참여합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옛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당시의 생활 방식, 종교적 가치, 사회 구조를 되살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려시대의 불교적 채식 문화는 오늘날 채식 트렌드와 맞닿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고려 후기 국제 교류를 통해 들어온 밀·후추·계피 같은 재료는 당시 사회가 이미 글로벌 식문화 교류의 초기 단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맛의 복원일 뿐 아니라,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의 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고려시대 음식의 기록과 사료

고려시대는 조선시대와 달리 요리책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입니다. 그러나 여러 간접 자료가 연구의 단서를 제공합니다.

1. 《고려사》, 《고려사절요》 기록
   왕실 연회, 사신 접대, 의례 음식에 관한 단편적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2. 불교 사찰 문헌
   사찰에서는 채식을 중심으로 한 식단을 유지했기에, 발우 공양 관련 기록이 남아 고려 음식 복원에 단서를 제공합니다.
3. 중국·일본 사신의 기록
   고려에 왔던 송나라, 원나라 사신들이 남긴 기록 속에는 고려의 술, 차, 떡에 대한 언급이 드물게 등장합니다.
4. 고고학 발굴 자료
   궁궐과 사찰터에서 나온 토기와 고려청자에는 음식 모양이나 식기 용도가 드러나 있습니다.

이처럼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흩어진 조각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작업과 같습니다.

 

3. 고려시대 음식의 특징

불교 문화의 영향

고려는 불교가 국교에 가까웠던 사회였습니다. 고기보다는 두부, 채소, 곡물이 중심이었고, 단백질은 콩·두부, 해산물에서 보충했습니다.

발효의 발달

장(된장, 간장), 젓갈, 발효 술 등은 고려시대에 크게 발전했습니다. 오늘날 한식 발효문화의 뿌리가 이미 고려에서 형성된 셈입니다.

계급에 따른 차이

왕실과 귀족은 수입된 고급 향신료, 정제된 곡물을 사용했고, 서민은 잡곡밥과 단순한 나물 반찬을 먹었습니다.

이런 점을 살리려는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왕실 요리 복원”과 “서민 일상식 복원”이라는 두 갈래로 확장됩니다.

 

4. 대표적인 고려시대 음식 후보

• 밀구떡: 송나라 영향을 받아 밀 음식이 확산되면서 등장한 떡. 오늘날의 밀빵과 달리 증기로 쪄서 먹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 두부 요리: 고려에 전래된 두부는 금세 대중화되어 사찰음식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 어육장: 생선이나 조개류를 발효시킨 장으로, 오늘날의 젓갈과 가장 유사한 형태입니다.
• 약식: 찹쌀, 꿀, 대추, 밤을 넣어 지은 특별한 밥으로, 제사·잔치 때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 수라상 반찬: 왕실에서는 고기, 생선, 각종 나물, 발효식품을 곁들여 화려한 상차림을 유지했습니다.

오늘날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이 음식들을 학문적으로만 다루지 않고, 실제로 요리해보고 맛을 기록하는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5.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의 연구 방법

1. 문헌 연구: 사료 속 음식 명칭, 재료 목록을 추출합니다.
2. 민속 비교: 현재 남아 있는 전통 음식을 비교해 계보를 찾습니다.
3. 실험 조리: 역사 연구자와 셰프가 협력해 실제 조리 과정을 재현합니다.
4. 과학적 분석: 고고학적 잔여물 분석, 발효균 연구를 통해 당시 맛을 추정합니다.

이처럼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학문적 연구와 요리 실험이 결합된 융합형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6. 현대적인 재해석의 필요성

고려시대 음식을 그대로 재현하면 현대인들에게 낯설 수 있습니다. 발효 향이 강하거나, 조리법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대적 재해석이 필요합니다.

• 어육장 → 매운 해산물 소스
• 밀구떡 → 디저트 케이크 스타일
• 약식 → 건강식 에너지바
• 두부 요리 → 퓨전 파스타 소스

이런 방식으로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과거와 현재의 입맛을 연결하는 다리가 됩니다.

 

7. 관광·문화 산업과의 연결

복원된 고려 음식은 단순 학문적 연구에 머물지 않고, 관광 자원과 문화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 고려시대 테마 레스토랑
• 고려 음식 체험 행사 및 쿠킹 클래스
• 고려 음식 기반 패키지 여행
• 사찰 음식 프로그램과 연계된 웰니스 관광

외국인에게는 “중세 한국의 음식”이라는 점이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한국 문화 외교의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8.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 정확한 사료 확보: 현재는 단편적 기록에 의존하므로 지속적 발굴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 대중화 전략: 박물관 전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람들이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요합니다.
• 현대 농업과 연결: 고려시대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배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합니다.
• 세계화 가능성: 퓨전 방식으로 세계 미식 시장에 소개할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가 단순히 학자들의 실험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된다면, 그 가치는 훨씬 커질 것입니다.

 

결론: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의 의미

결국 이 프로젝트는 과거의 음식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문화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고려의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종교·사회·예술이 얽혀 있는 복합 문화였습니다. 그 뿌리를 오늘에 되살리는 과정은 곧 우리가 누구인가를 다시 묻는 길이기도 합니다.

고려시대 음식 재현 프로젝트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입니다. 그리고 이 다리 위에서 미래 한식의 새로운 모습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